엄마,
장볼 때 왜 쓱배송만 써?
1. 네이버 장보기를 주제로 인터뷰하게 된 이유
저번 포스팅, 기억 나시나요?
이전 포스팅에서는 페르소나 기법으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분석했었다. 해당 포스팅에서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 월 4,900원에 네이버페이 적립 혜택과 디지털 서비스 이용권 총 두 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플러스멤버십 with 패밀리를 통해 가족과 친구를 3명까지 초대해서 멤버십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합리성과 유용성을 가져다주는 프로덕트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허나 좋은 프로덕트라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는 법. 나는 해당 포스팅을 마무리하면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한계로 플러스멤버십 with 패밀리의 접근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나 혼자만의 주관적 판단에 가깝다. 사람들이 플러스멤버십 with 패밀리를 어떻게, 얼마나, 왜 이용하는지, 그리고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조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이번 과제 주제인 인터뷰를 통해 정성적 데이터를 수집해보려고 한다.
The Mom Test, 진짜 'Mom'한테 물어보자
그런데 네이버멤버십 플러스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겼다. 저번에 페르소나를 활용하여 네이버멤버십 플러스를 분석했던 때와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어 새롭게 포스팅하는 의미가 없을 듯했다. 그래서 네이버멤버십 플러스와 연계된 네이버의 또다른 서비스를 주제 삼기로 했다. 그때, 오늘의 몰입 학습에서 The Mom Test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The Mom Test란 사랑하는 엄마 조차도 자식의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서 100% 사실만 얘기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대화 방법이다. 동명의 책, Rob Fitzpatrick, <The Mom Test>에서는 The Mom Test를 고객 의견에 헷갈리지 않을 수 있는 고객 인터뷰 방법으로 소개한다.
위 사진은 The Mom Test의 필요성을 주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왼쪽 사람은 인터뷰이, 오른쪽 사람은 인터뷰어인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어가 물었다. "엄마! 저한테 사업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요리 레슨 앱이에요." 그러자 인터뷰이는 "멋지네. 아들! 엄청 좋다! 넌 최고야!"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붉은 글씨로 처리된 인터뷰이의 속마음은 다음과 같다. '정말 자랑스럽다. 내 아들. 네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난 요리책들을 많이 갖고 있어서 앱 같은 건 사실 필요하지 않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의 행동과 고객의 의견을 분리해서 들어야 한다. 어떻게? 바로 인터뷰이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얘기해 주지 않는 것이다. 고객이 의견 대신 행동 위주로 답변하도록 인터뷰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거다. 예컨대 '과거에 ○○와 관련해서 겪었던 문제가 있나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나요?'와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미래에 무슨 행동을 할지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래의 행동 대신 과거의 행동을 중심으로 질문하면서 인터뷰를 전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 가까운 사람일수록 안 좋은 피드백을 주기 힘들어 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의견은 더더욱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인터뷰를 부탁할 것이다
깜짝 반전! 앞선 설명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심리적·정서적으로 가까운 사람과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러나 나는 이번 인터뷰 대상자를 우리 엄마로 가정하고 인터뷰를 설계할 예정이다. 그런 과감한 선택을 한 이유는 실제 프로덕트를 출시하거나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과제를 위해서, 가장 까다롭다는 가족 대상의 인터뷰를 가정해보려고 한다.
엄마는 왜 네이버 장보기를 안 쓸까?
이 시점에서 아빠도, 할머니도, 친척도 아닌 엄마를 고른 이유를 밝히려고 한다. 엄마, 아빠, 나로 구성된 우리 가족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장을 본다. '장을 본다'는 행동의 목적은 '가족이 먹을거리를 구매한다'로 같지만, 개개인의 성향과 특징에 따라 장소, 방법, 결과가 달라진다.
나는 동네 마트나 슈퍼에서 두부나 콩나물 등의 식재료 심부름을, 아빠는 자가용을 이용해 무겁고 비싼 육류, 과일, 세제 등의 대용량 쇼핑을, 엄마는 생활에 꼭 필요한 라면, 식용유, 쌀 등의 기본 식재료와 생필품을 구매하는 온라인 장보기를 도맡는다.
우리 엄마는 온라인으로 장을 볼 때 SSG닷컴의 쓱배송만 이용한다. 못 말리는 쓱배송 마니아다. 마켓컬리도 가끔 쓰기는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주문 할까 말까다. 내 생각엔, 우리 집 주변에 이마트와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있고, 오프라인 장보기도 거기서 많이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이 이마트를 이용해왔기에 익숙하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엄마는 왜 쓱배송'만' 쓸까?
지난 1월 14일, SSG닷컴이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하여 이날 오후 7시 이후부터 네이버 장보기에서 SSG닷컴의 쓱배송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엄마가 기존에 누리던 쓱배송의 장점에 네이버페이와의 연결성까지 더해져 더더욱 가치 있는 장보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엄마는 왜 네이버 장보기를 이용하지 않을까?
기회비용을 감수하기 싫어서? 네이버 장보기가 있다는 걸 몰라서? 아니면 네이버 장보기에 특별한 문제점이라도 있는 걸까? 이러한 의문에서 인터뷰는 출발했고,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우게 됐다.
인터뷰 배경, 목적, 가설
인터뷰 배경 :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계기
최근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협업으로 네이버 장보기에서 쓱배송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쓱배송을 이용하던 고객이 네이버 장보기로 이동할 의사가 있는지, 의사가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조사하여 PM으로서의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
인터뷰 목적 : 인터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
네이버 장보기가 쓱배송에 비해 가정 내 장보기 주체인 4050 여성에게 소구할 수 있는 지점
인터뷰 가설 :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아마 이럴 것이라고 추측되는 한 문장
4050 여성은 더 나은 프로덕트가 출시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기능을 새로 익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덕트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2. 인터뷰 설계
이제부터는 엄마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될 때 참고할 수 있는 설계안을 작성할 것이다. 대신, 질문만 나열하면 프로덕트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기에 몇몇 질문에는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에 대한 가설을 적어보았다. (내 임의대로 작성한 가설은 회색으로 표시하였다.)
Welcome
인터뷰의 목적 알리기
안녕하세요. 이 인터뷰는 네이버 장보기가 쓱배송에 비해 가정 내 장보기 주체인 4050 여성에게 소구할 수 있는 지점을 파악하고자 진행하는 인터뷰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인터뷰가 지난 1월 14일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협업으로 네이버 장보기에서 쓱배송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상황을 바탕으로 시작된 것임을 알립니다.
Collect Demographics
Q.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파악해주세요.
기본 정보 : 수원시 영통구에 거주하는 53세 여성
직업 : 영통구에 위치한 A마트 내 생활용품점 B샵의 캐셔 / 가정 주부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진행되는가?
Q.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은 무엇인가?
Q. 집안일 외에 집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가?
Q. 출근길 이동경로가 어떻게 되는가? 출퇴근 이외의 생활 반경은 어떠한가?
Tell a story
Q. 어떤 문제를 겪고 있나?
아르바이트로 인해 전업 주부들에 비해 집안일에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없다. 근무지가 대형마트 내부에 위치하므로 직접 장을 봐도 되지만, 그런 식의 장보기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Q.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아르바이트의 근무 시간(오픈, 미들, 마감)이 일주일 단위로 바뀐다. 복잡한 스케줄을 신경쓰느라 주기적으로 대형 마트에 직접 들러 장을 보기가 어렵다. A마트를 이용할 경우, 퇴근 이후 무거운 짐과 함께 대중 교통을 타고 집에 돌아와야 해서 육체적 피로가 심하다.
Q. 언제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나? 얼만큼 심각하다고 느꼈나? (Ex. 일상 생활에 무리가 생길 정도로, 그렇게까지 심각하지 않은 수준으로 등)
Q. 다른 사람에게 문제를 공유한 적이 있나? 있다면, 어떤 조언을 들었나?
Q.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 어떤 상태가 될 것 같은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Problem Ranking
해결해야 할 문제의 우선순위 파악하기
첫째, 직업인이자 주부로서 장보기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의 부담스러움
둘째, 별도의 배송비나 추가 요금을 지불할 바에는 조금 고생하더라도 A마트에서 장을 보는 게 낫다는 심리
셋째, 동네 슈퍼나 마트에서는 만날 수 없는 고품질의 엄선된 상품
Explore Customer's worldview
Q.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프로덕트를 이용하고 있나?
SSG닷컴의 쓱배송을 통해 장을 본다. 자체배송 시스템으로 도착시간을 지정하고, 예측된 시간 내에 물건을 받아본다.
Q. 그 프로덕트가 경쟁사와 차별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직접배송', '신선식품 배송', '한방배송', '오늘배송', '예약배송'. 특히 오프라인 이마트에서도 판매하는 동일한 품질의 상품이 쓱배송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직접배송'과 고기, 생선, 채소 등 이마트의 강점인 신선식품 또한 오프라인 이마트와 동일한 제품으로 만나볼 수 있는 '신선식품 배송' 때문에 고객의 신뢰를 얻는다.
Q. 그 프로덕트의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네이버 장보기가 다양한 이커머스와 제휴를 체결하여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했고, 신세계그룹 또한 네이버 장보기와 협업하면서 쓱배송을 굳이 SSG닷컴을 통해 이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Wrapping Up
인터뷰 마무리
3. 인터뷰를 설계해본 결과…
이대로 과제를 끝내기 아깝다는 생각부터 들었다ㅋㅋ 이걸 바탕으로 엄마와 직접 인터뷰까지 진행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엄마가 출근하러 떠나버려서 나는 집에 혼자 남게 되었고... 위클리 과제라는 거대한 봉우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포스팅은 이만 마무리하려고 한다.
인터뷰 결과, 100% 믿어도 될까?
PM의 리서치 방법 중 하나인 고객 인터뷰를 통해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 사실이다. 그러나 100% 신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리서치를 통해 시도하려는 프로덕트가 좋은지 나쁜지는 시장 출시 이후에야 비로소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프로덕트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고객들의 행동에서 발견된 실제 데이터가 아니므로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설문조사와 인터뷰가 반드시 필요한 때와 장소가 있다는 거다.
PM은 우리 프로덕트의 고객군(기존 고객, 잠재 고객)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높은 수준의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PM들이 고객을 알기 위하여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설문조사와 인터뷰 같은 정성적 리서치이다.
결과적으로 PM에게 있어 설문조사와 인터뷰 역량은 중요하다. 고객의 목소리(VOC)를 가장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고,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의 맨 첫째 단계인 공감(Empathize)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번외 : '플러스멤버십 with 패밀리'로 엄마 초대하기
어떻게 하면 엄마가 네이버멤버십 플러스랑 친해질까?
이와 더불어 이참에 플러스멤버십 with 패밀리로 엄마를 초대하여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써보게 할 결심을 했다. (일단 엄마를 초대하는 것까지는 성공했다ㅋㅋㅋ '네이버 포인트 더 쌓인다고? 그럼 해줘.'라면서 흔쾌히 수락했다.) 엄마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고객으로 만들었으니, 엄마가 장을 볼 때 SSG닷컴 대신 네이버 장보기를 이용한다면 훨씬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위 사진에서 알 수 있듯, 현재 네이버 장보기에서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무료배송, 적립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 장보기 간의 시너지가 엄마라는 고객에게 더 큰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엄마가 당장 쓱배송을 내던지고 네이버 장보기로 갈아타지 않더라도, 엄마는 가방이나 의류 대부분을 네이버쇼핑으로 구매하고 있으니 쏠쏠할 것이다. 엄마는 어차피 이용료는 내가 내니까 상관 없다고 했다(...). 매일 나를 위해 장을 봐주는 엄마를 위해 몇 천 원 쯤은... 낼 수 있다!
참고 자료
https://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433
https://tkim.co/2020/02/12/the-mom-test/
https://www.sedaily.com/NewsVIew/22SQKXQM0D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275237&memberNo=9538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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